Sitemap

ARI in the Media

[매일경제 2013. 11. 3] 매경시평: 이번엔 다르다고?

2014.01.09 2011

하버드대학의 로고프와 라인하트 교수는 '이번엔 다르다'라는 저서에서 국가들마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지난 800년간을 보면 과도한 부채와 금융 부실로 인해 비슷한 금융위기가 반복하여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7년의 동아시아 위기는 갑작스럽게 외국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환율이 상승하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여 단기 외화 부채의 상환이 어려워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정부의 과잉보호를 받는 금융기관들이 위험에 상관없이 고수익 사업에 과도한 대출을 하였고, 이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또 다른 원인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발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과 이와 관련된 신용파생상품의 부실이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금을 갚을 확률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은행 대출을 의미한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반 90%에서 위기 직전에는 130%로 상승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였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차입과 대출을 늘려 단기 이익을 추구하였다. 당장의 성과급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금융기관은 고도의 금융 기술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을 쪼개 파생상품으로 바꿔 재판매하면서 차입자의 신용을 적극적으로 평가할 유인이 없었다. 신용평가회사도 평가 대상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등급을 보다 우호적으로 평가하였다. 가계는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믿음으로 채무상환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받았다. 정치인들은 저소득층에 주택을 보급하는 정책이 확대되도록 압력을 넣었다. 금융감독당국은 신용파생상품과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의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하였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택의 담보가치는 대출액보다 낮아지고 대출 이자를 못 갚는 가계가 속출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이 증가하였다.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자본조달이 어려워졌다. 결국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의 금융위기는 본격화되었다. 서로 연결된 글로벌 금융시장을 통해 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되었다.

지난 두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경제는 외환과 금융 부문에서 크게 개선을 이룬 게 사실이다. 1997년 당시 290억달러에 지나지 않던 외환보유액이 현재 3300억달러에 이른다. 은행들의 외화차입 중 단기 차입 비중은 2008년 50%에서 현재 20% 이하로 크게 줄었다. 대외 부문이 외형상 건실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2~3년에 걸쳐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점차 회수되고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미국이 1994년 통화긴축을 하였을 때 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닥쳐올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아직 1.7%대로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계속 증가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4%로 미국의 위기 직전보다 더 높아졌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하고 금융감독과 규제도 미흡하다. 특히 금융회사 간 단기 자금거래를 중심으로 1000조원 이상의 돈이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 금융' 부문은 충격에 취약하다.

우리가 당장 과거와 같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 있게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하기는 아직 이르다. 과거의 위기들을 거울로 삼아 선제적으로 취약한 부문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원본 링크: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112&cm=%B8%C5%B0%E6%BD%C3%C6%F2&year=2013&no=1078417&selFlag=&relatedcode=&wonNo=&sID=)

file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