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cracy Series 11] 만들어진 현실: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저자: 박상훈 ㅣ 후마니타스 ㅣ 2009-07-13 ㅣ 판매가: 15,000 ㅣ
왜 “만들어진 현실”일까?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 문제라고 이야기되는 것의 상당 부분이 실제 있는 그대로 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특정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위해 ‘창조’되고 ‘동원’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 대개의 경우 이데올로기 분석은 마르크시즘의 영역에서 다뤄져 왔고 매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논의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특정의 이론이나 방법론에 경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두 개의 초점을 끊임없이 교차(double-focused)시키면서 사실과 이데올로기 사이의 거리를 탐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지역 차별, 지역 소외, 지역감정, 지역 갈등 등으로 포착될 수 있는 ‘지역주의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패권주의”, “저항적 지역주의”, “3김 청산론” 등으로 나타나는 ‘지역주의를 둘러싼 해석의 차원’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지역을 둘러싼 갈등의 구조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지역주의 때문에 큰 문제라는 일종의 망국적 지역주의론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석의 차원을 지배하는 담론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러한 차이에 주목하다 보면, 한국과 같이 세계에서 지역 간 인종·문화·종교·언어·경제 격차가 가장 작은 동질적 사회에서, 선거 결과 뚜렷한 지역 구도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사회에서 지역 간 대립과 폭력적 갈등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해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등의 질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인과적 틈새 내지 불일치의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지역주의 때문에 문제라는 기존의 이해 방법이 왜 잘못인지를 보게 되고, 결국 인과적으로 그 반대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 즉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어떤 것들이 지역주의 문제를 끊임없이 불러들이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함에 주목하게 된다. 요컨대 이 책은 인과적으로 전도된 문제를 다시 제 자리로 돌리면서, 한국 정치가 안고 있고 개선해 가야 할 문제의 구조 안에 지역주의를 위치시켜 그 현실적인 이해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20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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