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4. 1. 5] [매경시평] 한국, 포용적 제도로의 개혁을
2014.01.20 3102
지난 50년간 한국은 희망과 축복의 역사다. 반세기 만에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은 모든 개도국들이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하는 모델이다.
1960년대 초에 6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반세기 만에 2만3000달러를 넘어서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정치적으로도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참정권과 시민의 자유가 크게 신장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한국 위상은 매우 높다. IMF의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은 G7 국가, 스페인, 그리고 브릭스(BRICs) 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호주,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계 15위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수출 규모는 세계 7위다. 전 세계에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7개 국가뿐이다.
2010년에 비(非)G7 국가로는 처음으로 G20 의장국을 맡게 된 것도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한국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을 생각할 때 한국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열악한 자연자원을 가진 분단국가가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 높은 투자율, 대외 지향적 산업화 전략 등에 기인하였다. 우리보다 앞선 성공한 국가들 경험을 모방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선진 경제를 추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룬 양적 성장과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안주하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에 발표한 경제 예측 자료를 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30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하여 2050년에는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등 중진국들에 비해 경제 규모가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가 3% 중반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2050년에 일본 영국 러시아 독일을 모두 뛰어넘어 새로운 경제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취약한 내수시장과 급속한 고령화, 심화되는 경제적 불균형, 대외 변동에 취약한 금융시장, 남북한 대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에 걸맞은 제도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각국 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소유권 보호, 정책결정 투명성, 정치 신뢰도와 같은 제도적 환경, 금융시장 발전, 노동시장 효율성 등에서 혁신 주도 국가들에 비해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신예 경제학자 아세모글루 교수와 빈국 문제를 연구해온 정치학자 로빈슨 교수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제도를 크게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로 구분했다. 포용적 제도의 발전을 통해 경제 주체들에 대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와 공평한 정치 참여를 보장하면서 경제 전체적인 기술 수준을 높여 나가야 성공한 국가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또 한 번 큰 도약이 필요하다. 다음 반세기 동안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통한 선진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원문링크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2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