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10.07] “남성욱·조동호 교수 南北관계 긴급 대담”
2014.12.01 2070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았다.
남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김양건 비서가 일정을 하루 연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지만 결국 훈계만 듣고 끝났다. 만약 이번에 황병서 등이 박 대통령을 만나서 핵과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으면 자기들이 숙제만 안고 가는 셈이 된다."
조 "동의한다. 북 대표단이 박 대통령 만나서 훈계만 들을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3명이 돌아간 후 북은 회담 결과를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
남 "이번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북한 내부용이 아니다. 대표단 내려보냈다고 한 번 얘기했으면 됐지 두세 번 할 필요 없다. 내려 보내는 것 자체가 저들로서는 약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조 "북이 박 대통령에 대한 막말 비난을 이어가는 것도 사실은 내부용이다. 남쪽에 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자신들이 약하지 않고 남한보다 우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2차 고위급 접촉 전망은.
남 "지금 남북 관계에 밀물이 들어왔다. 5·24 조치를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현 정부 임기 동안 남북 관계는 아무것도 못한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
조 "5·24 조치는 정부 스스로 안 지킨 지 오래됐다. 나진·선봉지구에 간접 투자하지 않았느냐. 출구 전략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을 최단기간에 붕괴시켜 잡아먹겠다는 게 아니라면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남 "2009년 임태희 비서실장과 김양건 비서가 싱가포르에서 비밀 접촉했던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 있다. 임 실장이 '통 큰 합의'를 했지만 우리 내부 강경론이 많아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계기를 놓치면 박근혜 정부 3년 안에 다시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제 남은 3년간의 대북 정책 기조를 선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북측은 '공은 남쪽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일 것이다. 정책은 원칙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고, 도덕이 아닌 현실의 문제다. 성과 없이 원칙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인지, 유연해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북한도 핵심 실세 3인방을 내려 보냈는데 결과가 없다면 굉장한 부담일 것이다. 우리가 변하면 북쪽도 호응이 올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 "2000년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군복 입고 클린턴 대통령 만난 뒤 북·미 외무장관 회담이 이어졌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정상회담을 한다면 내년 상반기 이전이 적기다. 집권 3~4년차 넘어가면 힘이 빠지고 내후년에는 총선이 있어 '북풍' 논란도 일 수 있다. 또 북한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는 김정은 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황병서도 못한다. 김정은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고 미국과도 안 풀리고 있다. 왕이 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그보다 좋은 이벤트가 없다."
조 "김정은이 이번에 핵심 실세 3명을 자기 전용기에 태워 보낸 것은 정상회담에 관심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다. 단순히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을 수락하는 정도라면 황병서·최룡해는 고사하고 김양건도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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