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저물가·저금리·저성장의 시대 ”_매일경제, 2014.10.19.
2015.02.24 1559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도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느리기만 하다. 미국의 소비, 투자, 고용 지표가 호조라고 하나 올해 성장률은 2.2%에 머물 것이라는 것이 10월 초에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치다. 아베노믹스의 일본은 소비세 인상 여파와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0.9%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남유럽 국가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유럽은 이제 과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과 저성장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고 내수 중시 경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7%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지만 앞으로 성장률은 계속 하락할 것이고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러시아, 브라질의 성장률은 거의 0%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불황에 대처해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서 채권을 사들이고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실물 투자 회복이 느리기만 하다. 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이 곧 양적 완화를 중단하고 내년 초에 이자율을 올리는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상과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저물가ㆍ저금리ㆍ저성장의 '3저' 시대에 우리만 예외가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성장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좋은 상황이나 불경기가 지속되고 잠재적인 성장 역량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3.8%에서 3.5%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4%를 정점으로 계속 낮아져 올해는 1.4%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은 2009년 2월 이후 5년8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2.0%로 낮췄다.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경제에서 금리를 인하한 것은 방향은 옳지만, 과연 소비ㆍ투자 심리 회복과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성장률을 약간 올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중기 목표인 2.5~3.5%의 물가 상승률과 금융ㆍ외환 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당국, 기획재정부 간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매경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이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에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저투자의욕, 저생산성, 저출산ㆍ고령화라는 보다 구조적인 '3저' 문제는 일시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창업과 투자 의욕이 넘치고 근로자의 열성과 정부 지원이 합쳐져서 고도 성장하던 한국 경제가 이제 활력을 잃고 1990년대 일본 경제를 닮아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IMF 연차총회에 모인 각국 경제 수장들은 세계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요 진작뿐 아니라 구조 개혁에서 '과감하고 야심 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경제 회복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성장률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우리도 확장적인 통화ㆍ재정 정책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대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의 개혁과 창의적 인재 육성, 신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다 대담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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