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저유가 효과’ 극대화하려면…”_매일경제, 2014.12.28.
2015.02.24 1634
국제 유가가 지난 6개월간 절반으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는 경제를 회복시킬 좋은 기회다. 우리는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약 1300억달러로 총수입의 4분의 1이 넘는다.
유가 하락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낮춰 이윤을 확대하고 공급을 늘릴 수 있다. 물가를 낮춰 소비자의 실질소득과 구매력을 높여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있다. 유가 하락으로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 일본 등 원유 수입국의 경제가 좋아진다면 우리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
유가 하락으로 정유·석유화학 산업이 피해를 보고 산업별로 효과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또 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 표시 국제 유가 하락이 그대로 국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경우 소비, 투자,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 회복과 물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가가 지금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유가 하락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와 같은 공급 요인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기적 수요의 감소가 합쳐져 있다.
당분간 가격 변동은 심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현재 생산량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 기관들의 예측이다.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보면 유가가 오를 때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컸지만 유가가 내릴 때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우리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첫째, 좋은 외부 환경을 기회로 삼아 장기적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수출 산업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엔진으로 내수·서비스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둘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보다는 경기 회복, 고용 확대, 실질임금 상승을 목표로 좀 더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의 운용이 필요하다.
셋째, 원자재 수출국들의 재정·무역수지 악화와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라 예상되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금융과 외환 부문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가격이 낮을 때가 에너지산업 전반과 가격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보조금을 줄여서 에너지 낭비를 없애고 미래의 가격 상승에 대비해 주요 전략 자원의 안정적인 해외 공급 기반 확보와 대체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다섯째,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 유가 안정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국제 원자재 가격과 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파생상품 규제, 시장의 투명성 제고 등 국가 간 정책 공조를 강화해 우리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의 침체는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었다. 2010년부터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우리는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과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겹치면서 새해에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국민과 기업들에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제 정책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
원문링크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573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