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성, [문화일보 오피니언], 미중 신냉전 격화, 불안한 한국경제, 문화일보, 2018.04.05
2018.07.05 1722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철강 수입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무역정책을 안보 이슈와 연계하며, 미국의 우방을 선별적으로 제외하고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미국의 128개 품목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수요일 106개 품목을 추가했다. 이 선언이 더욱 구체화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화요일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 상당의 1300개 중국산 품목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총 114개 품목과 15%의 관세를 부과할 120개 품목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은 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산업 로봇, 통신 장비, 반도체,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등 중국 정부가 ‘제조업 굴기’로 적극 추진 중인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육성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농산물·자동차·항공기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텃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더는 미국의 경제적 번영이 도둑맞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연설을 통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다음 카드로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같은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접하게 된다. 먼저,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 수출이 3분의 2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 역시 직접적인 피해가 예견된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수록 우리 기업의 피해도 커질 가능성이 커서 구경만 할 수 없는 처지다.
미·중이 일단 고율의 관세 부과 대상과 규모만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은 양국이 양자 협의를 통해 극적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린 건 아님을 의미한다. 극적인 양자 합의가 도출될 경우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우리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한 부분으로 철강의 대미 수출에 쿼터 물량을 설정하는 것처럼, 중국의 대미 수출에 대해 품목별로 구체적인 수량 제한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자율규제(VER)는 WTO 세이프가드협정 제11조에 명시된 것처럼 ‘회색지대’로 금지돼 있다. 다자무역 체제를 이끌어가야 할 미·중이 다자 규범을 무시한다면, 향후 다자무역 체제의 규범을 따르지 않는 회원국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다자무역 체제의 미래 역시 점차 불확실해질 것이다.
또한, 미국 통상정책의 안보 문제와의 연계는 결국 ‘신(新)냉전시대의 도래’라는 측면에서 관찰해야 한다. 20세기의 냉전시대에 비해 새로이 도래할 ‘신냉전시대’는 미·중 양자적 갈등과 대립이라는 큰 틀 속에 동북아 지역이 지정학적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구한말과 20세기의 냉전체제를 겪으면서 희생물이 됐던 우리로선 복잡한 ‘신냉전시대’에 어떻게 살아남고, 이를 도약의 기회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즉,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북핵 폐기와 같은 안보 이슈와 미국, 중국과의 통상 관계 등 통상 이슈를 동시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통상·안보 등의 문제에서 필사적으로 국익과 생존을 지키려는 정부의 전략적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405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