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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성(ASA센터장)_ 북한, 베트남式 개혁·개방 어렵다

2018.11.28 1245

베트남은 과연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이 될 수 있는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북한의 개혁·개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의 경제개발 경험이 거론되지만, 통일을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베트남 역시 주목받고 있다. 

1975년 통일 이후 베트남은 남쪽 지역에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확산시키며 베트남 전역에 계획경제 체제를 구축한다. 1975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의 금수 조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보다도 나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직면했던 것과 같이 사회간접 인프라는 취약했으며, 경제 체제가 전쟁 준비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게 되면서 베트남 경제 발전을 저해했다. 인플레이션이 700%를 웃돌았고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나빠졌으며, 소련으로부터의 원조 역시 줄어들어 198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9달러에 불과할 만큼 베트남 경제는 침체됐고 점차 고립됐다. 

이처럼 기존 경제정책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자,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革新)’라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개방정책을 취하며 개혁하기 시작한다. 도이모이 정책은 철저히 ‘위에서 아래로의(top-down)’ 의사결정에 의해 추진됐기 때문에 베트남 공산당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자문 그룹을 형성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적절한 해결책과 경제개발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학자 및 정책 관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외국 시장경제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분석해 경제개발 정책에 활용했으며, 정치 개혁 없는 경제 개혁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치 시스템 개혁을 병행했다.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개발 및 개혁의 경험은 북한에도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러 측면에서 베트남과 달라 이러한 요소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북한 경제개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첫 번째 차이는 정치적 의사결정 체제다. 베트남은 호찌민 사망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했는데, 베트남 공산당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등 3명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김일성 이후 3대 세습을 통해 권력이 김정은에게 집중돼 있다. 정치 시스템 개혁 없이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베트남의 모형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 차이는 핵 문제다. 베트남과 달리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으며,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합의된 비핵화 공약을 실천해야 하는 부담에 직면해 있다. 즉,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문제가 경제개발의 전제조건이 된 상황이어서 이 역시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관계다. 북한은 핵실험 등으로 중국과 다소 소원한 적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친중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베트남은 철저한 반중(反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권 최고위층뿐 아니라 일반인 역시 상당한 수준의 반중 감정을 품고 있다. 경제 개방 과정에서도 이러한 반중 관계가 반영돼 중국과의 무역 역시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심해지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점차 확대되는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반중 감정이 경제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는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이 경제개발 개혁을 적극 시작할 경우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겠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북한이 베트남 경제 개방 모형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한 역시 베트남 모형을 참고하겠지만, 북한의 경제 개방 모형은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한 경제 협력에 있어 단기적인 처방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비전 아래 남북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807010730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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