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5차례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우선 그해 3월 일차적으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2270호를 통해 금융거래 및 석탄, 철광석, 금, 티타늄, 희토류 등 북한의 광물거래를 제한했다. 북한의 광물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처음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 거래를 차단함으로써 핵무기 또는 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직후 독자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비핵화 때까지 제재 지속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협의 진도를 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와 경협의 충돌 가능성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구상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엇박자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은 다음과 같은 후유증을 동반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정부의 대응 여부다. 북한산 의심 석탄의 국내 반입 의혹에 대해 과연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대응했는지가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부가 해당 선박이 지난해 문제의 석탄 하역 당시 북한산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석탄의 국내 반출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인지, 막지 않은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또 이후에도 해당 선박들이 한국 영해를 수차례 드나들었음에도 억류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석탄이 국내에 반입된 절차뿐만 아니라 행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고의적인 방치(?) 여부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 대응의 적절성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받을 경우 미국과의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석탄 수입을 정부가 묵인했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작년 10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어기고 북한산 석탄 9156t을 국내 반입한 의혹을 받는 제3국 선박 두 척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가 사건 직후 그 내용을 보고받고도 4개월 넘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선박들은 이후 최근까지 총 32차례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올 2월 입항 때까지 선박 검색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9000여t의 북한산 석탄이 국내 어느 분야에서 소비됐는지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다. 국내에서 석탄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업계는 시멘트나 제철, 전력 등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분야다. 해당 분야 업체들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소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로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제재 동참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가 남북경협과 국제 제재 동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한·미 동맹 하에서 대북제재 위반은 양국관계를 악화시키는 중대 사안이다.
[출처] - 문화일보
[원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801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