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북한연구센터장)_ [포럼] 김정은 3차 방중과 더 엉킨 북핵 해법, 2018.6.20
2018.12.18 1579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한 지 일주일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살아 있다면 3개월 동안에 3차례나 중국 최고 지도자를 만난 손자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그의 빈번한 방중(訪中)이 갖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 외교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주체사상을 토대로 한 자주성 외교는 이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의한 도발 끝에 세기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했으나 뒷감당이 간단치 않다. 평양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간 7차례 이상의 판문점 접촉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치열한 샅바싸움 끝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요구를 거부했다. 비핵화의 일정도 합의문에 명기하지 않고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받는 일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본격적인 후속 협상을 앞두고 공조 방안을 조율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 제재를 일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는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국제적 환경이 다르니 지도자의 외교 행태도 변할 수밖에 없으나, 지나친 북한의 대중 의존 외교는 종속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한반도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미·북 간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중국의 입장과, 북·중 관계를 지렛대 삼아 제재를 완화시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쌍중단’이 성사 단계에 들어선 만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의 쌍궤병행’ 진행에 대한 중국의 복심이 김 위원장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대리인 삼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중국은 미·북 후속 협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2단계 복안을 모색하고 있다. 핵전력을 포함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입을 막는 것 자체가 중국의 안보 이익과 맥락이 같다. 한·미 양국의 국방부가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단을 공식화한 것도 중국으로선 환영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은 비핵화를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미·북 협상과 관련, 북·중 간 밀착은 북한의 대미(對美) 협상력을 높여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다소 복잡해지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 북한은 후원자로서 중국의 존재를 강조해 비핵화를 둘러싼 대미 교섭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대가로 시 주석에게 제재 완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선 주된 요인인 만큼 제재 완화는 비핵화에 소극적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양의 지도자가 이웃집 방문하듯이 빈번하게 중국을 방문하고, 비핵화를 이유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는 등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가 국익을 위해 신출귀몰하는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할 시점이다.
[출처] - 문화일보
[원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620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