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위안부 피해 배상 논의 국제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관으로 12-13일 고대 국제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신질서 모색: 역사적 성찰과 최근 이슈' 제하의 국제 세미나.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들인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대 교수(사회학), T.J. 펨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외에 장샤오밍(베이징대), 선딩리(푸단대), 다나카 다카히코(와세다대), 멜리사 노블즈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이 집결해 동아시아 이주와 다문화주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제공>> 2010.3.14 duckhwa@yna.co.kr |
'東亞신질서·다문화·위안부' 국제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인권 문제나 명분이 있는 주장을 비교적 중시하는 미국 법원에 제소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멜리사 노블즈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는 13일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2003년 일본 최고법원의 기각 판결로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배상을 못 받게 된 것과 관련, "이들은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등 국제 캠페인을 벌여 상당한 호응과 지지를 얻었으나 아르메니아 피해자처럼 미국 사법체계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노블즈 교수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관으로 교내 국제관에서 '동아시아의 신질서 모색: 역사적 성찰과 최근 이슈'를 주제로 열린 국제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제소하는 대신 미국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나 가족, 친척, 후손 중 시민권자를 통해 현지 법원에 제소했더라면 승소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블즈 교수는 "어떤 부당한 일이 생길 경우 미 정부나 국민이 당사자(피해 또는 가해자)가 아니어도 현지에서 소송이 가능한 게 '미 법원의 특징'이며 90년대 들어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역사적 화해 비교 연구' 제목의 발제를 통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주정부와 민주적 가치를 가진 지도자,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홀로코스트 피해자와 아르메니아인들이 미 법원에서 승소한 사례를 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도 국제 캠페인뿐 아니라 '미국내 소송' 등 대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세미나 참석자는 "소송 시점인 90년대 후반 일본에는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여론이 우세해 법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만큼 일본보다 미국에서 재판을 했더라면 승소 가능성은 물론, 이를 통해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일본의 배상 책임도 재확인하는 부수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노블즈 의원의 제안은 '혼다 결의안'이 나온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은 종군위안부 동원과 관련해 일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역사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2007년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노블즈 교수는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이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1994년까지 10여 차례 손배 소송을 제기해 거의 패소했으나 인권단체의 역량이 강화되고 법원들이 이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판결에 반영하기 시작한 1995년을 기점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대부분 승소, 배상금액만 80억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터키 오토만 제국 당시 집단 학살된 아르메니아인 보험 계약자 후손들은 홀로코스트 피해자와 가족들이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 모델'을 활용, 2004년 1월 미국에서 뉴욕 생명보험을 상대로 2천만달러 상당의 보험금 지급 소송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일본 야마구치 지방법원은 1998년 위안부 등으로 강제 연행된 이순덕(당시 79세) 씨 등 3명에 게 30만엔씩 위자료 90만엔을 지급하라고 정부측에 명령했으나 이듬해 고등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이어 송신도(87) 씨 등 한국여성 10명이 일 정부를 상대로 공식사죄와 총액 5억6천4백만엔의 배상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원고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003년 최고 법원이 상고심을 기각, 패소가 확정됐다.
곽준혁 고려대 교수는 '위안부 사건 재검토: 책임의 계승과 시민사회 책임' 발제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협약을 갖고 과거 청산보다 화해 쪽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다"고 지적한 뒤 "민족주의적 호소보다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지속적인 대화가 위안부 문제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 교수는 '다국적 정체성과 질서'에 대해, 우메모리 나오유키 와세다 교수는 '다국적 정체성 문제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이정환 고려대 교수는 '사회-도덕적 균형에 대한 정치질서: 평천하(平天下)에 대한 주희(朱熹)의 견해'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대니얼 부트 캐나다 브리스톨대 교수는 '보상 주장과 상속 의무: 위안부 후손에 대한 배상'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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