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0. 3. 14] <인터뷰> 美 저명 동아시아 전문가 로즈만
2010.04.01 3473
다문화.위안부 피해 배상 논의 국제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관으로 12-13일 고대 국제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신질서 모색: 역사적 성찰과 최근 이슈' 제하의 국제 세미나.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들인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대 교수(사회학), T.J. 펨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외에 장샤오밍(베이징대), 선딩리(푸단대), 다나카 다카히코(와세다대), 멜리사 노블즈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이 집결해 동아시아 이주와 다문화주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제공>> 2010.3.14 duckhwa@yna.co.kr |
"미·중 갈등 장기화 대비, 한·러 관계증진 필요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6자회담과 이후 동아시아 공동체 등 지역기구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잘 활용하는 게 한국에 유리합니다."
동아시아 문제의 석학으로 꼽히는 길버트 로즈만(66)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사회학)는 14일 "6자회담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뒤 "러시아는 한국에 호의적인 데다 일정한 대북 영향력이 있는 만큼 러시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즈만 교수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12∼13일 '동아시아의 신질서 모색: 역사적 성찰과 최근 이슈'를 주제로 이주·다문화·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한 세미나 참석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의 대(對) 아시아 전략, 동북아 질서와 다국적 정체성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로즈만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서 '동북아에서의 다국적 정체성과 질서'에 대한 발제를 통해 "동북아 지역 통합을 위해서는 경제 못지 않게 안보 문제가 중요하며 주요 행위자들인 러시아, 호주와의 관계도 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즈만 교수는 1970년 동북아 문제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줄곧 사회학과에 재직해왔으며 '발전 저해하는 동북아 지역주의: 세계화 그늘하의 상호 불신'(2004.케임브리지대 출판사) 등 동북아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2006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2009년까지 매년 일본, 한국, 중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 대한 책을 공동으로 편집, 출간했다. 현재 북핵 문제의 아시아 영향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다음은 로즈만 교수와 문답.
--2008년에 '한국의 아시아 전략'(공저)을 펴냈는데, 지난 2년 간 보완한 내용은 무엇인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한·미·일 공조 속에 미·중 등 초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 및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러시아를 중시하면서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도 한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한·미·일 공조의 경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조심스레 대북 문제를 다루면서 잘 돼 왔다. 반면, 지난 2003∼2005년 미·일 공조에도 불구, 한·미, 한·일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한·미·일 공조가 특히 중요한 것은 최근 미·중 공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촉진자 역할의 의미는.
▲한국은 동북아에서 거대한 역할을 찾기 힘들고 택할 수 있는 옵션도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독자 행동보다 미·중이나 중·일 사이에서 의견차를 좁히거나 일이 빨리 진행되도록 중재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하는 게 현 상황에 가장 알맞다고 본다.
--동북아에서 러시아 역할을 강조해왔는데.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니어도 문제 해결에 균형을 잡아주는 몫(balanced approach)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러시아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한국을 유익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관계 증진 여하에 따라 북핵 문제 진전 등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6자회담 과정에서 소외돼 불쾌하게 생각해 온 러시아로서 6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면 환영할 것이다.
또, 러시아는 한국에 유용한 파트너이자 남북 통일을 지지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대러 관계 증진은 미·중 긴장관계 지속시 한국의 균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미·중이 여러 면에서 충돌할 때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한국에 조언해달라.
▲'조정·중재' 및 '촉진자'역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G20 정상회의는 G2(미·중) 간 의견차가 많아 이렇다 할 내용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호 이해'를 강조하는 등 이견 해소 노력을 보여왔는데 중국은 '마이 웨이'를 가는 등 통상, 환율, 북핵 등 전반적으로 입장 차가 있다. 이럴 때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양국간 입장차를 조율하면서 기타 회원국을 거중 조정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게 한국의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해 비관적인가. G20의 효율 제고 전략은.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들다. 다만, 미, 중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은 양국 간 견해차가 어떻게 수렴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 같다.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이 사전에 미, 중으로 하여금 '경제문제' 등 쟁점들을 놓고 대화를 많이 하도록 중재하면서 촉진자 역할도 병행하면 좋겠다.
--북핵 '5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북핵 상황의 심각성을 누그러뜨리는 게 중요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구소련에 효율적으로 대항하려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커뮤니티를 만든 것처럼 동북아에도 북핵문제 해결을 전후해 '신뢰'를 토대로 역내 문제를 조율할 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6자회담이 중요한데, 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더라도 5개국이 자주 모여 대화를 지속하면서 대북 신뢰를 구축해야한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