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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0. 3. 22] <칼럼>이내영_급조된 `한 철 정당` 유권자 표심 왜곡

2010.04.02 4193

급조된 '한 철 정당' 유권자 표심 왜곡…기존 정당 지지·신뢰 회복만이 예방책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보 지방선거 보도 자문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름 휴가지의 한철 장사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기존 정당을 뛰쳐나온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한철 정당'이 급조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후진적 행태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한철 정당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창당의 명분과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도 뚜렷하지 않고 오직 선거만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철 정당이 늘어나게 되면 정당체제의 파편화를 초래하고, 나아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심화시키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한철 정당은 선거 후에는 기존 정당에 합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정당의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특정 정당에 대한 일체감 혹은 충성심을 갖기가 어렵다.



그 결과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이 선거 때마다 바뀌는 선거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미 2008년 총선에서 신생 정당이 약진하고 무소속 후보가 사상 최대 규모로 당선되면서 정당체제의 파편화 현상이 나타났다. 금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철 정당 후보들이 대거 자리를 잡게 되면 이미 취약한 정당체제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한철 정당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정당의 노선과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기 마련이다. 또 주요 정당들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한철 정당의 확산을 초래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반 당원들에 의한 민주적 참여와 운영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고, 지도자들에 의해 사당화(私黨化)되고 있는 데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철 정당이 정당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지도부나 파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기존의 집권당과 제1야당 등이 선거를 앞두고 당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뿌리 깊은 정당'의 육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철 정당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정당들이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철 정당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불만을 자양분으로 삼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정당들의 파벌 경쟁이 약화되고 공천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되면 신당을 만들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또한 급조된 한철 정당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의 각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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