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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 3. 24] 동아시아론, 목표 선명하지만 실천력 떨어져

2010.04.02 3536
















한겨레






동아시아론, 목표 선명하지만 실천력 떨어져
계간 ‘아세아연구’ 동아시아론 잇단 비판
 
 
 
 



























 








» 창비 동아시아론을 대표하는 세 학자, 왼쪽부터 백영서, 백낙청, 최원식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 비판 주도

백영서 창비 주간 “새겨들어”


한국에서 생산된 담론 가운데 국경을 넘어 외국에서까지 학문적 토론 대상이 된 경우는 흔치 않다. 1970년대의 민중신학 정도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1990년대 이후의 담론 중에선 창작과비평 그룹의 ‘동아시아론’이 같은 범주로 묶인다. 그런데 출시 20년이 가까워오는 이 한국산 담론의 ‘대표 브랜드’에 대해 최근 학계 내부로부터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비판을 주도하는 곳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인데, 최근 자신들이 펴내는 계간 <아세아연구> 연속기획을 통해 창비그룹의 동아시아론을 연이어 문제삼았다.


이번주 간행된 <아세아연구> 봄호(139호)는 박상수 고려대 교수(사학과)의 논문 ‘한국발 동아시아론의 인식론 검토’를 실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창비 동아시아론의 이론적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데, 근대성의 한계를 극복할 평화와 공영의 대안을 모색하지만 왜 그 틀이 ‘동아시아’여야 하는지가 불분명할뿐더러, 문제의식과 목표는 선명한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볼 때, 이런 허점이 드러난 단적인 사례가 동아시아론이 펼쳐보이는 ‘중국관’이다. 중국 내부의 문화적 다양성과 외부 국제관계의 다자성에 대한 인식 없이 중국 지식계의 ‘강한 국가주의’를 공격하거나, 수평적 사고를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이란 ‘대국’의 지리적 실체성을 부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론이 ‘주변으로부터 보는 시각’을 통해 평화와 공영의 세계를 구상하지만 (지역 내부의)중심에 대한 단순한 부정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 〈아세아연구〉
 


이런 약점들은 동아시아론 고유의 인식론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구 근대성의 병폐를 극복할 문명적 대안이란 차원에서 동아시아에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동서양 이분법과 우열의 논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민족(국가)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초월 의지가 담긴 ‘근대 극복론’ 역시 마찬가지다. “착취·독점·차별 같은 근대의 부정적 현상을 서구적 근대의 결과물로 규정함으로써 동아시아를 특권적으로 물신화한다”는 것이다.


앞서 ‘분단체제론과 동아시아론’이란 논문을 <아세아연구> 지난호에 기고했던 류준필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학술원)의 비판도 주목할 만한데, 이른바 ‘동아시아’의 담론적 소비는 증대되고 있지만, 전쟁 책임, 역사교과서, 북핵 문제, 중국 문제 등 첨예한 ‘동아시아적 현안’에 대한 동아시아론의 개입 능력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이런 문제가 동아시아론에 내포된 ‘고답적 문명론’의 요소와 남북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한반도 중심주의’ 등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잇따른 비판에도 창비 진영의 반응은 차분하다. 백영서 <창작과 비평>주간(연세대 교수)는 24일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현실 개입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은 새겨듣고 있다"며 "생산적 비판이 잇따르는 것은 우리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창비는 지난해 3권까지 선보인 '창비담론총서'의 4번째 주제로 동아시아론을 준비하고 있다. 백 주간은 "그동안 이곳저곳에 발표된 동아시아론 관련 글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 하반기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동아시아론’이란


1990년대 초반 백낙청·최원식·백영서 등 ‘창비 그룹’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인식과 개입의 방법론.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국의 울타리를 넘어 한반도와 중국·일본, 나아가 미국·러시아까지 아우르는 한층 넓은 단위의 사유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싹텄다. 여기에 서구 자본주의도 동구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대안을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에서 찾아보자는 문명론적 관심이 더해지고, 이른바 ‘아시아주의’에 숨어 있는 국가주의·패권주의에 경사되지 않기 위해 북한·대만·오키나와·홍콩 등 ‘주변의 시각’이 도입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Link :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4120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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