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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4.13] <기고>남광규_멀리서부터 북핵 포위해가는 오바마

2010.05.06 13620

  조선일보 4 13


[기고] 멀리서부터 북핵 포위해가는 오바마


 


남광규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오바마의 핵() 외교가 짜임새 있는 진행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이상을 주창하면서 현존하는 핵무기의 감축,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와 핵보유국 증가 차단, 테러세력의 핵무기·핵물질 획득 방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오바마의 이상은 1년 뒤인 지난 4월 8일 러시아와 전략 핵무기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도 때맞춰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확산과 핵테러리즘 예방을 미국 핵전략의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12일부터 워싱턴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首長) 등 47명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1차 핵안보정상회담을 주재하고 있다. 핵 정상회담이 끝나면 핵무기 확산의 국제법적 장치인 NPT에 관한 평가회의가 다음 달 3일부터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유엔 본부에서 열린다.


 


지난 1년간 오바마 핵외교 시간표를 훑어보면 두드러진 특징을 읽을 수 있다. 오바마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이상적이고 원론적이며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 국가들, 특히 미국이 모범을 보여 주어야 설득력이 있는데, 러시아와의 핵감축을 통해 오바마는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었다.


 


또 오바마는 핵안보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핵위협의 심각성을 개별 국가 수준이 아닌 세계적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로 인식시킴으로써 핵위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핵안보정상회담을 그동안 핵확산 방지 역할을 해 왔던 NPT체제를 평가하는 회의로 바로 연결시킴으로써 핵문제와 관련된 가능한 모든 논의와 대안(代案) 마련에 관해 기승전결(起承轉結)적인 흐름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초기에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의 큰 흐름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부시 행정부처럼 이란이나 북한이라는 개별 국가들을 상대로 핵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국제적 한계를 인식하고 아주 체계적인 접근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핵문제와 관련한 오바마의 지난 1년간의 움직임을 보면 그것이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 행동반경에 대해 아주 멀리서부터 포위망을 좁혀 오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제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새로운 압박을 받으며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미국의 핵외교는 북한핵에 대해 실제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던 중국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핵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을 제재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앞으로 만약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회담 결과에 대한 부담은 이제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새 북한 핵문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밝히고 있는 입장 표명은 부시 행정부 때보다 더 큰 국제사회의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도 이제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전환점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본 위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4/13/20100413022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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