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 6. 4][한국시론] 지방선거 이변과 유권자 표심
2010.06.04 3789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
6.2 지방선거 결과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던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예상 외의 약진을 하고, 인천 강원 충북 충남 단체장까지 차지한 결과는 큰 이변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와 매우 다른 민심의 흐름이 투표장에서 나타난 점은 당혹스럽다. 나도 언론사와 함께 지방선거 패널여론조사를 하면서 여론 흐름을 읽고 있다고 자부했고, 5일 전 마지막 여론조사를 통해 여당 우세를 예상했기에 선거 결과에 당황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자괴감마저 들었다.
정부여당에 준엄한 경고
이러한 이변의 원인은 무엇일까? 선거 후 조사를 통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첫째로 여당 견제론이 예상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견제심리로 여당이 고전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 가까웠고 여당 지지도 야당보다 높아 견제의 위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마지막 한 주 사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늘어나는 표심의 변화가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둘째로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가 민주당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세대의 정치'가 부활한 점이 이번 선거의 뚜렷한 특징이다. 특히 투표율이 2006년 51.6%에서 54.5%로 상승하면서 젊은 층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민주당 약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천안함 사건으로 불거진 안보 이슈가 여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젊은 세대가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우려에서 역풍의 중심에 섰던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반감이 누적되어 민심 이반으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대전 충북 충남의 단체장을 모두 빼앗긴 것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충청권 민심을 잃는 정치적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외의 참패로 정부여당은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자신감을 회복한 야당이 공세적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경우,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지방선거의 표심을 준엄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우선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적극적 노력과 함께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도 책임 있는 태도를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약진으로 그 동안 한나라당이 독식했던 지방 권력을 나누게 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한 추세가 이번 선거에서 반전되었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도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약진이 민주당에 대한 긍정적 평가 때문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독주에 대한 국민의 견제심리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세력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제1 야당의 태도를 보이라는 것 또한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