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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0. 9. 28] [동아광장/이내영] 中-日영토분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0.09.29 3121

 


[동아광장/이내영] -영토분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서 중국 선박이 나포된 이후 전면적인 갈등으로 치닫던 중-일 간의 영토분쟁이 일본 검찰이 중국 선장을 석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선장의 석방 결정으로 외교 경제 및 민간 교류 등 중-일 관계 전반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파국적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선장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중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대일 공세를 이어갔고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해 분쟁의 여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선장 석방을 굴욕외교로 비판하는 야당의 반발과 국민의 분노가 이어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앞으로는 강경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일 간의 분쟁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번 갈등이 해묵은 영유권 다툼의 차원을 넘어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중-일 갈등은 중국 선박의 나포라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영유권 갈등으로 시작했지만 그 전개 과정에서 영토분쟁을 넘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전면적인 기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발톱 드러내는 의 공세적 외교


 


영유권 갈등으로 시작한 분쟁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외교적 수단만이 아니라 경제보복 조치 등 전방위적 수단을 동원하여 공세적인 외교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례 없이 강경한 압박을 가해 일본 정부를 굴복시킨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영토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제에 중국의 힘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자신을 감추고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외교 전략의 기조로 내세웠는데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생긴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외교의 기조가 공세적으로 변화하는 조짐이 이번에 나타났다.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전방위적 힘의 외교를 구사한 중국에 일본이 이번에는 완패했지만 앞으로 중-일 간의 각축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분쟁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주도권 경쟁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영토분쟁에서 중립을 표방했지만 최근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이 지역의 영토분쟁에 개입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여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거론한 바 있다. 또한 이달 23일 오바마 대통령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이번 영토분쟁에서 일본 측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중국이 이번에 일본에 대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 배경에는 이 지역의 영토분쟁에 개입하려는 미국에 대한 시위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본과의 치열했던 힘 대결에서 승리한 것에 고무되어 다른 지역에서도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에 이어 남중국해의 분쟁지역인 난사(南沙)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리라 예측한다. 이 경우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 개입해 아세안 국가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던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중-일 간 영토분쟁의 국제정치적 파장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중-일 간의 영토분쟁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다만 독도문제로 불똥이 튀는 일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이번 사태로 일본 내 보수세력이 강화되고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면서 독도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파장은 중-일 영토분쟁으로 인해 미중일 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면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갈등땐 한국 입지 좁아져


 


미일이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한국이 공조하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한국의 고민이다. 또한 미중일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면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더욱 지연될 것도 우려된다. 한국으로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패권적 외교 행태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일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생기는 안보 불확실성과 부정적 파장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원문링크 : http://news.donga.com/3/all/20100928/31438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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