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주최해 13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일관계를 되묻는다'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화해와 대결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한일관계 모색을 위한 주목할만한 논문들이 여러 편
발표됐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는 기본 틀이 돼온 1965년 한일협정에서 식민지 지배 배상
문제가 어떻게 완전히 배제되었는가를 재조명한 오타 오사무(太田修) 도시샤(同志社)대 교수와 이동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의
논문이다.
식민지 '해방'이 아니라 합법적인 일본 제국의 영토를 강화조약에 따라 '분리'한다고 인식한 일본 정부는 애초부터 강점에
따른 배상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뿐 아니라 한일협정 체결을 위한 전단계로 일본과 협의(1952년 한일회담 기본관계위원회)에 나선 이승만
정부조차도 식민지 배상을 요구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최근 일본에서 공개된 외교사료를 통해 입증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만들어진 한일협정으로
생겨난 '한일 과거사의 결락은 지금도 생생하고, 과거 청산 없는 미래 지향은 공허할 뿐'이라며 '한일 과거사 처리의 원점은 어쩌면 지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근본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런 주장이 과거와 달리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이날 발표된 김창록
경북대 교수의 논문에서 잘 드러난다. 김 교수는 한일 정부의 정치적인 타협에 불과한 한일협정이 '마침내 수명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위안부나 강제 피해자들의 한국 정부를 향한 대책 요구를 한일협정 등을 근거로 외면해온 사법부가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서 재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특히 '식민지 책임 일반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선언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해 '65년
체제는 더 이상 법적 구조로서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으므로 새로운 법적 구조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한일협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협상에 나서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