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여론브리핑 71-1호] 세종시 이슈의 특징 / 세종시를 보는 가치와 선호의 불일치 (이내영, 본 연구소 소장)
2011.07.05 Views 3125
세종시 이슈의 특징 : 세종시 바라보는 여론의 양면성과 유동성
세종시 이슈의 특징 : 이슈의 특성과 양면성 고려한 여론분석 시급
세종시 이슈는 양자택일이 쉽지 않은 상충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이슈다. 원안이 내세우는 ‘지방 균형발전’ 및 ‘정치적 신뢰’의 가치와 수정안이 내세우는 ‘행정효율성 및 국가경쟁력’의 가치는 모두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이럴 경우 특정입장을 내세우는 정당에 대한 당파성 혹은 특정 이념적 선호를 뚜렷하게 갖고 있지 않거나 그 문제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 서로 상충하는 가치 속에서 갈등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충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조사시점, 조사에서 부각되는 맥락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응답을 하게 된다는 것이 최근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Alvarez and Brehm 2002; Zaller 1992).
또한 세종시 이슈는 그 특성상 유권자들이 정책 선호를 결정하기 ‘쉬운 이슈(easy issue)'가 아니라 일반인에게‘쉽게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이슈(hard issue)’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상징적 목표나 정책 방향과 관련된 이슈가 쉬운 이슈라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관한 이슈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이슈로 분류된다. 세종시는 지방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중요한 가치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적 문제를 포함하며, 수정안과 원안 각각의 비용편익에 대한 나름의 계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이슈임이 분명하다. 이는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이슈다.
이 경우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정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이슈와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 지도자에 대한 호감도나 출신지역, 때로는 정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책의 추진방식 같은 비 정책요인을 기준으로 자신이 선택할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선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사실은 정책 자체에 대한 국민인식이라기 보다는 국민들이 정책선택을 위해 활용하는 비 정책적 요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세종시 문제의 정치적 해결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여론조사 혹은 국민투표를 통해 해결하자는 안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세종시 이슈가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해결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선호결정이 어렵고 양면적 가치가 충돌하는 세종시 이슈의 경우 국민투표안 역시 정책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대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재신임문제와 같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 가치와 정책 선호의 불일치
정책가치 : 원안의 신뢰우선론이 수정안의 경쟁력 우선론 보다 공감 많아
“국민과의 약속/신뢰우선”원안 공감 56.4%,“행정효율, 국가경쟁력 우선”48.9%
정책선호 : 세종시 추진정책 선호는 수정안 높아
수정안 지지 47.6%, 원안 지지 32.4%, 모르겠다 20.0%
정책가치는 원안, 정책선호는 수정안 우세
수정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원안 지지에 비해 다수를 이루었지만 정책이 추구하는 정당성과 가치 차원에서는 원안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 ‘원안은 행정기관을 분산시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수정안의 논리에 대해 공감한다 48.9%, 공감하지 않는다 46.7%로 양자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면‘정부의 수정안은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는 원안의 정당화 논리에 대해서는 56.4%가 공감한다고 답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 40.1%를 웃돌고 있다.
[그림1] 수정안, 원안 정책 가치: 공감도(%)
반면 세종시 정책 선호에 대한 응답비율을 물어보면 수정안 지지는 47.6%, 원안은 32.4%, 모르겠다는 응답은 20.0%로 나타났다. 지난 해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장 발표와 공식 사과 직후 실시한 정기조사에서 수정안 지지가 50.4%,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1.4%, 모르겠다는 응답이 18.2%였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정안이 2.8% 줄고 원안과 모르겠다는 응답이 다소 늘어난 결과(각각 1.0%, 1.8% 상승)다. 설 연휴 이후 세종시 수정안 지지여론의 확산을 꾀했던 정부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정안 여론에 대한 선호가 원안에 대한 정책선호를 앞지르고 있다.
[그림2] 수정안, 원안에 대한 정책선호 : 2009년 11월, 2010년 2월 비교(%)
엇갈린 평가는 왜?
정책가치의 차원에서 보면 수정안이 내세우고 있는 행정효율성 및 국가경쟁력의 가치보다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정치신뢰’라는 규범적 가치가 국민들에게 상대적으로 공감대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원안이 내포하고 있다는 행정적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하며 수정안이 내세우고 있는 국가경쟁력이라는 핵심 정책가치는 상대적으로 공감대가 적었다.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문제는 쉽게 체감되지만 당장 가시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행정비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의 가치에 대한 공감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유야 어찌 되었건 세종시 문제가 이미 여야 정치합의 및 후보시절 현 대통령의 공약 등을 토대로 진행해온 대국민 약속을 뒤집을 경우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응논리를 찾기 힘들다.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외에 정부 및 수정안 추진론자의 신뢰회복과 관련한 추가 노력이 충분치 않아 보이는 것도 가치경쟁에서 뒤지는 이유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정책선호에 있어서는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다. 수정안의 경우 대통령의 세종시 국민사과, 정부안 발표, 설 전후 정부안 홍보가 본격화되면서 수정안의 내용과 정책 효과에 대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보다 지속적으로 접할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역차별 우려가 커질 정도로 세종시 지역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세종시 수정안에 집중 시키는 과정에서 세종시 수정방향과 계획들이 일정하게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행정기관의 이전이 사실상 수도 분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배경으로 수정안에 대한 지지여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원안의 경우 주로 수정안에 대한 공격 및 방어논리가 정치적 신뢰라는 규범적 문제에 집중되면서 원안의 주요 내용이나 추진계획 등에 새로운 내용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수정안의 구체적인 정책계획들이 발표되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원안, 수정안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설득하는 전략 대신 수정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원칙적 반대로 대응해왔기 때문에 원안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차단되는 효과가 있었다. 수정안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것이 원안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원안 내용에 대한 업데이트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세종시 가치충돌 :
신뢰우선론 36.0% vs 경쟁력우선론 28.8% vs 양시론22.4% vs. 양비론 12.8%
[그림3] 세종시 추진 가치 유형(%)
수정안과 원안이 추구하는 정책가치 각각에 대한 공감여부를 기준으로 세종시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유형화 해보면 국민과의 신뢰를 우선하는 원안 논리에 공감하면서 행정비효율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막아야 한다는 수정안에 반감을 갖는 ‘신뢰우선론’, 원안에 반감을 가지면서 수정안 논리에 공감하는 ‘경쟁력 우선론’, 두 입장 논리 모두를 수용하는 ‘양시론’, 두 입장 논리 모두에 냉소적인 ‘양비론’등 네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조사결과로 보면 신뢰우선론이 36.0%로 가장 많았고, 경쟁력 우선론자가 28.8%였고, 양시론자 22.4%, 양비론은 12.8% 였다. 여기서 두 가치 모두 인정하거나 모두 배척하는 양시양비론을 양면적인 가치 태도가 공존하는 상충적 인식유형으로 보면 열 명 중 세 명은 수정안, 원안 중 양자택일이 아닌 양자 통합, 양자 배척의 상충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여론 향방이 이후 세종시 여론변화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모름/무응답 제외
세종시 이해관계 걸린 서울과 충청권은 추구하는 가치가 집중
그 외 지역에서는 양시/양비 비율 높아, 아직 정책 지지의 유동성 여지 있어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인식유형을 지역별로 보면 현재 세종시 이슈에 지역적 이해관계가 직접 걸린 충청권과 서울지역 유권자들의 경우 특정 가치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대신 상충적 인식유형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서울지역의 경우 역시 수정안이 추구하는 국가경쟁력 우선론이 44.0%로 다수를 이루었고, 원안이 내세우는 정치신뢰론에 대해서는 27.0%에 그쳤다. 두 가치를 모두 수용(19.5%)하거나 모두 배척(9.4%)하는 상충론적 태도를 가친 응답자는 28.9%로 가장 낮았다.
충청권 주민은 서울지역과는 반대로 정치신뢰우선론이 과반수를 넘어 53.8%였고, 경쟁력 우선론에 대해서는 15.4%에 그쳤다. 상충적 인식이 30.6%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이중에서 두 입장에 모두 공감하는 비율만 보면 2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충청권에서도 세 명은 양 입장 내에서 갈등하고 있는 셈이다.
수정안 여론이 높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국가경쟁력 가치를 우선하는 여론이 38.2%, 신뢰우선론은 25.0%에 그친 반면, 상충적 여론은 36.8%로 평균을 조금 웃돌았다. 상충적 여론에서 두 가치에 공히 공감을 갖고 있는 양시론적 태도는 22.5%, 두 입장 공히 거부감이 있는 양비론적 태도는 14.5%에 그쳤다.
호남 및 PK에서는 원안의 정치신뢰를 우선하는 인식이 41.9%, 40.2%였고, 수정안의 정책가치만을 우선하는 사람이 각각 21.3%, 17.6%로 낮아 충청권에 이어 원안의 정책가치가 우세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지역의 경우 정치신뢰와 국가경쟁력을 공히 중시하거나 모두 배척하는 상충적 인식론자 비중이 각각 40.5%(양시 27.0%, 양비론 13.5%)와 38.5%(양비 27.0%, 양비 11.5%)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 두 입장 모두에 공감을 나타내는 양시론적 입장이 27.0%로 충청 다음으로 높은 지역이었다. 정치신뢰를 우선하는 입장이 다수긴 해도 이처럼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중시하는 입장이 많다는 것이 가치차원에서는 원안이 우세해도 정작 세종시 추진방안에서는 수정안 지지가 높은 이유를 시사해준다.
경기인천 지역은 서울 유권자들의 가치성향과는 다르게 수정안의 정책가치에 동의하는 비율이 26.2%로 가장 낮았고,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는 원안 정책가치에 동의하는 비율이 36.4%로 많았다. 경인지역 주민들 중에서는 37.3%로 가장 많은 응답층이 상충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양비론 비중이 18.4%로 양시론 입장 18.9%과 비슷할 정도로 많았다. 서울지역이나 충청권처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도 아니면서 호남처럼 반MB정서가 강하지도 않아 세종시 논란에 대한 냉소적 태도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원안과 수정안이 내세우는 특정 가치에 대해 경도되어 있는 서울이나 충청에서조차도 적지 않은 규모의 양면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응답층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의 향방에 따라 세종시 여론은 상당한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두 입장 모두에 거부감을 갖는 냉소적 태도가 아닌 두 입장 모두에 공감대 속에서 가치 충돌이 큰 양시론적 입장의 유권자들의 태도변화의 여지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가치차원에서 여론 변화의 여지는 적지 않게 남아 있는 셈이다.
[그림4] 지역별 세종시 정책가치 유형 분포 비교
* 모름/무응답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