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서비스 개혁 없이 성장도 없다

매일경제(2013.8.25)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제조업 수출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누구나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자식 세대가 나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청년실업으로 젊은이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가계부채로 중산층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고용 창출과 성장을 함께 이끌어 갈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쌍두마차가 필요하다.

서비스업은 전체 고용의 70%, 총부가가치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 서비스 산업은 저부가가치 업종 중심으로 종업원 1인당 생산량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료보건, 교육, 문화, 사업비즈니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전체 GDP 대비 비중은 25%로 미국의 39%나 OECD 국가의 평균치인 32%에 비해 크게 낮다. 낙후한 서비스 산업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산업 간 소득 격차로 인한 불평등을 크게 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동력으로 혁신 에너지, 무역 확대와 더불어 교육, 의료보건 등 서비스업을 지목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글로벌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래 성장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 정부도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 집단의 반대, 개혁의지의 부족,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를 서비스 산업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용 창출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선진국 교육기관, 외국인 대상 숙박시설, 복합 카지노 등은 고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70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연간 해외 관광객 중 한국에 오는 숫자는 4%인 280만명에 불과하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6만명인데 이는 태국(156만명)이나 싱가포르(72만명)보다 현저히 적은 숫자다. 획기적인 규제 철폐로 의료 및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을 크게 늘려야 한다. 외국인 의사, 교수, 변호사들이 한국시장에서 같이 경쟁하도록 하여 우리 지식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제조업과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제조업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보급과 활용도 세계적이다. 대기업이 쌓은 노하우를 서비스업의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 유튜브 덕에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듯이 문화, 교육, 의료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의료와 정보통신을 융합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좋은 예다.

서비스업의 수출도 촉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수출은 전체 수출의 15%로 미국의 29%, OECD 국가의 평균치인 23%보다 낮고 작년 서비스 수지 적자는 140억달러에 달하였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과의 근접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의료, 금융, 사업 서비스에서 앞으로 수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 싱가포르와 같이 금융서비스, 관광,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힘이 있을 때 좀 더 과감한 개혁 조치들과 투자 확대, 인력 양성, 기술 개발 등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 부처의 이견 조정과 정치권의 설득을 위해 청와대도 나서야 한다. 앞으로 5년간, 앞으로 50년간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반기에 좀 더 과감한 2단계 대책의 발표와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