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3. 12. 8] 매경시평: 세계경제 장기침체 어떻게 대처할까
2014.01.09 2485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불황을 미국과 유럽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1월 초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만성 수요 부족으로
인해 '장기 침체'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복세가 미약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저성장ㆍ저물가ㆍ저금리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됐다고 했다.
저축이 투자보다 너무 많은 상태여서
균형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어야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 개혁과 단기적인 경기 대응 중심인 정책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서머스 연설은 언론과 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가져왔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서머스 견해를 적극 지지하면서 재정적자 증가와 느슨한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공화당과 다수 경제학자들 견해를 반박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자산
가격에 버블이 발생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을 높여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서머스와 크루그먼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최선이라고 그동안 주장해온 사람들이 반성은 없이 또다시
틀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보다는 '생산적 투자'가 늘어나야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에너지, 교통,
수자원, 교육 등 사회 인프라스트럭처를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미국 내 저명한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 간에 바람직한 정부 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와 우리 경제가 함께 당면한 매우 본질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세계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큰 기술이 나타날 것인가. 작은 기술과 모방 기술만으로는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계 경제는 증기기관, 전기, 내연기관, 정보통신과 같이 매우 큰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셰일가스와 같은 에너지 혁신, 3D 프린팅 등이 언급되고 있으나 아직은 불확실하다. 새로운
투자기회가 계속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소득 분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수요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체 소득 중에서 노동자 몫의 크기인 노동소득 분배율은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양한 원인이 지적되고 있지만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이윤이 늘었지만 기업은 투자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커지고 중산층이 감소하여
소비가 부진한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셋째,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 세계적 과잉 저축과
수요 부진의 한 원인으로 동아시아 신흥개도국들과 독일의 과잉 저축과 경상수지 흑자가 지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수요가 부족하다면, 신흥국들이
저축을을 줄이고 세계 수요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환율ㆍ재정ㆍ통화정책 등에서 국가 간 협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 침체 논쟁은 결국 앞으로 세계 경제가 새로운 큰 기술 개발로
성장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분배 개선을 가져 오는 '포용적 지속 성장'을 해 나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름대로 창조적인 기술
개발과 중소기업ㆍ서비스업에 대해 생산적인 투자를 장려하고 중산층 가처분소득을 높여 내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원본 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no=1252388&year=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