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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경제적 재난’ 관리시스템은 문제없나”_매일경제, 2014. 5. 26

2014.12.01 1513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우리는 위험을 무릅쓴다. 안전한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결과가 불확실한 모험을 했을 때 성공의 즐거움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 자전거, 파도 타기 서핑처럼 위험한 스포츠에서 더 큰 만족을 얻기도 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보다는 위험이 높은 주식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다.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려는 인간의 성향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국민과 모험적인 기업가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고도성장 과정에서 재난, 전쟁, 경제 위기와 같이 사회 전체가 겪을 수 있는 큰 위험에 대한 대응에는 취약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주위 사람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지만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위험관리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을 너무 크게 하는 유인체계가 있지 않은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들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차입과 대출을 늘려 단기 이익을 추구해 금융시스템 전체 부실로 이어진 것이 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출을 늘려 단기적으로 높은 성과급을 추구하고 부실 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 장기적인 대출 부실의 책임은 회피했다.

감독기관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국 시스템에서 관료들은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보다 계속 좋은 자리로 옮겨야 높은 보수와 사회적 성공을 얻게 된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도에서는 정부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리 경제의 단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비정규직, 그림자금융,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와 같은 위험요인은 누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발 해외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한국 금융평가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당장 폭발하지 않는다고 위험을 무시하거나 내 임기에만 무사하길 바라면서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대형 사고나 외환위기처럼 발생 확률이 하루에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경우라면 쉽게 무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나 이런 사건이 10년 안에 다시 일어날 확률은 31%에 달한다. 당장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위험 정도가 매우 높은 사건들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위험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항상 대형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수습이 아니라 예방에 힘써야 한다. 경제적 재난에 대해서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의식 교육이나 관료 조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위험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전문인력을 키우고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을 우대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재원과 인력을 과연 얼마나 쓸 것인지 사회 전체의 토론과 합의도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81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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