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경기부양보다 성장잠재력 높이는 정책을”_매일경제, 2014. 6. 29
2014.12.01 1546
지난 몇 달간 위축된 민간 소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여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과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수 측면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소비 침체보다는 투자 효율성 하락, 새로운 성장동력 부재, 생산성 향상 둔화에 있다.
섣부른 경기 활성화 정책은 오히려 경제에 거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구조 개혁으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여 성장잠재력을 높여 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소득재분배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한계소비성향이 더 높은 저소득층에 정부 보조를 늘리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전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비를 진작하는 정책만으로 미국 경제가 정상 성장 경로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중국도 임금의 빠른 상승이 수출과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와 기업의 초과이윤을 근로자 소득으로 재분배하여 소비가 늘어나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학자들은 최근 임금소득 증가율이 낮아져서 소비가 줄었고 이 때문에 경기가 부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변화가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반대로 임금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독립적인 효과는 불확실하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9.8%에서 이후 10년 단위로 6.6%, 4.2%로 낮아졌다.
낮아진 노동력 증가율, 투자 생산성 감소, 부진한 기술 발전이 그 주요 요인이다. 소비 부진이 단기적인 경기 침체 요인일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기술 개발, 노동력 질적 향상,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처럼 개방도가 높은 경제에서 수출이 성장동력 구실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호조지만 앞으로는 자신하기 힘들다.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경제와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제조업과 더불어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내수 확대는 내수의 근간인 서비스산업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이루어져야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에 비해 크게 낮고, 성장률도 마찬가지여서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6.1%지만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1.6%에 불과하다. 낙후된 서비스업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조업에 비해 대부분의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통신업, 금융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노동생산성이 높고 성장 속도도 더 빠르다.
전통적 서비스업인 도소매업도 우리와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높은 생산성 증가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기존에 발표한 경제혁신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장기 성장잠재력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938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