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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중국의 질서 재편 맞설 중재자 역할 찾자”_매일경제, 2014.08.04.

2014.12.01 1715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중국이 도전하면서 우리의 선택이 어렵다. 세계 경제 2위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경제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의 투표권 비중은 3.8%로 미국의 16.8%, 일본의 6.3%에 비해 크게 낮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12.8%인데 비해 중국은 5.5%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은행과 IMF 총재는 미국과 유럽이 나누어 맡고 있으며 ADB 총재는 1966년 설립 이후 일본이 독점해 온 관행을 중국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최근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가하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신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하고, 브릭스 5개국의 지분을 최저 55%로 정하였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기로 하고 주변국들과 협의 중이다. 중국은 50% 이상의 지분을 갖는 대주주가 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기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는 점에서 두 기구 모두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북한이 가입할 수 있다면 북한의 개발 재원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 경제기구의 창설은 국가들 간 경제 관계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도 파급효과를 미친다. 특히 비가입국과 기존 국제기구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에게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설립과 유지비용의 부담, 투자 사업 선정 등 의사결정 방식, 추가 회원국 가입 등에 대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정하도록 힘써야 한다.

국제 질서 재편이 서구와 신흥 강대국 간 제로섬 게임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중국의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을 보면 새로운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한반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만들어 갈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검증되지 않았다. 중국의 정치, 사회 발전 정도와 국제적인 신뢰는 아직 미흡하다. 최근 영국 BBC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32%, 미국은 25%, 독일은 10%, 일본은 3%만이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와 세계 질서의 재편은 이제 시작이다. 충분한 준비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종합적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중국, 미국과 우호적인 양자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한ㆍ일 간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빨리 회복하는 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협요인에 대응하고 국제무대에서 우리 협상력을 높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양자 협력 못지않게 다자 외교가 중요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세계 주요 20개국의 일원으로 G20을 발족시키고, 2010년 정상회의를 유치해 새로운 세계 경제 지배구조 건설에 기여하였다. 아시아에서도 위기 시에 긴급자금을 제공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협정과 역내 감시기구를 중ㆍ일ㆍ아세안과 함께 구축했다.

G20,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아세안+3(한중일)회의,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국제 및 역내 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이이제이(以夷制夷)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우수한 전문 외교 인력의 협상 능력을 활용해 우리 국익뿐 아니라 국제사회 공통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많은 양자ㆍ다자 외교무대가 벌어진다. 외부의 큰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현명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059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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