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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피케티와 한국의 소득 분배”_매일경제, 2014.09.14.

2014.12.01 1971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소득과 부의 분배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이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부유세를 주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세금 납부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대략 34%에서 2007년 위기 직전에는 50%로 계속 증가했다. 현재 미국 최상위 1%는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하며 이는 하위 5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같다.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서 최상위 1%가 전체 부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겨우 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경제 전체 소득 중에서 노동소득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자본소득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초기에는 소득 분배가 악화되지만 점차 향상된다는 쿠즈네츠의 법칙을 정형화된 사실로 받아들여왔다. 최근에는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 발전, 국제 무역과 분업 확대에서 불평등의 원인을 찾아왔다. 그러나 피케티는 지난 30년간 발생한 지속적인 소득 분배의 악화와 노동자 몫의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자본에 대한 실질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전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이 계속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축률이 일정하면 자본은 자본 수익률만큼 증가하지만 전체 소득은 경제성장률의 속도만큼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구증가율과 생산성 향상 둔화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지면 소득과 부의 분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피케티의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한 공헌에는 동의하면서도 계속해서 자본의 실질 수익률이 성장률보다 높고 소득 분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본이 너무 많아지면 자본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기술 발전으로 고급 기술 인력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인구 감소에 따라 민간 부문 부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ㆍ토지의 자산 이득이 하락할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피케티가 최상위 계층의 소득 비중에 초점을 두고 분석함으로써 누진소득세율이나 상속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을 성급하게 제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평등이 사회정의 관점에서 문제인 것은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의 원인 진단에 따라 정책 방향도 달라진다. 빌 게이츠의 소득이 높은 것은 부의 세습이 아니라 신기술 발명에 대한 대가이며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쓰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최상위 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재분배를 강화하는 정책이 중산층의 실질 소득이 감소해 발생하는 소득 분배 악화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피케티의 저서는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분배 악화와 성장 둔화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조세제도 개혁과 사회 이전 지출의 점진적 확대로 공평한 소득 분배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저해하고 있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좋은 일자리와 창업 기회 확대, 비정규직 축소,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 고령화 대책 등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한 소득계층 간 상향 이동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책도 중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1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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