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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오피니언 포럼] ‘수용소 群島’와 북한 인권”, 문화일보, 2014.11.14

2015.02.24 1779

 

남성욱 / 고려대 교수·북한학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확실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압도적 표 차이로 의결한 북한 인권 결의안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인권 문제 제기 수준을 넘어서 책임 규명과 구체적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수사적 차원의 규탄이 아니라 행동계획(action plan)이 구체화됐다.

 

결의안의 핵심은 7항이다. ‘북한에서 수십 년 간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이 구축해 온 정책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 왔다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결론을 인정한다. 또한,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하고, 그 방안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책임자에 대한 제재 등을 적시했다. 사실상 김정일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의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더 방치할 경우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유엔의 사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도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 인권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머나먼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엔총회가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해서 당장 강제성 있는 조치가 시행되기는 어렵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즉각적으로 인권 개선에 나설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당사국인 북한은 인권결의안이 자국 체제를 말살하는 불순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4차 핵실험까지 거론하며 국제사회와 대결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에는 심상찮고,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전통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인권결의안의 무력화를 요청할 것이다. 양국 역시 북한 체제를 약화시키는 결의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제 한국이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가 도래했다. 북한 인권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된 만큼 지속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그동안 북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지만 인권 문제는 결의안이 김정은 등 지도부가 ICC에 회부돼야 한다는 점을 안보리에 권고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핵 문제보다 더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 유엔총회 차원의 결의안을 넘어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상설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노력이 효과적이지만 지속적이지 못한 데 한계가 있다.

 

당사자인 우리의 노력이 본격화돼야 한다. 우선, 국회에서 10년째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법안 통과를 계기로 국제사회와 연대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북한 인권백서를 발행하는 수준을 넘어 요덕수용소의 참혹한 현실이 그대로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1973수용소 군도(群島)’를 집필한 옛 소련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수백만의 사람을 고문하고 처벌하는 푸른 제복의 비밀경찰들을 통렬히 공격한다. 그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독재자 스탈린을 철저히 비판한다. 한편으로 집토끼처럼 순순히 당하는 무기력한 소련 민중의 책임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민중이 당국의 탄압에 순순히 굴복할 때 큰 억압이 생긴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북한 정권의 주민 억압에 침묵한다면 우리 역시 옛 소련의 무기력한 군중이 될 것이다. 행동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원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11200103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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