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아베노믹스의 교훈 ”_매일경제, 2014.11.23.
2015.02.24 1579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의회 해산과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유보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충격이 크다. 2분기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다. 민간소비는 9월까지 연간 5.6% 감소했다. 가계의 실질임금도 하락하고 있다. 과거 15년에 걸친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를 금융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돌파하려는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부딪혔다. 정치 승부수로 ‘아베노믹스’의 동력을 다시 살리려고 하고 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지난 2년간 주가는 2배 뛰었고, 소비자물가도 1%대로 상승했다. 엔화 환율은 달러당 78엔에서 118엔까지 올랐다. 엔저로 수출과 해외 투자에서 벌어들인 외화의 엔화가치가 높아지고 기업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고용 환경이 나아지고 2년간 여성 고용이 82만명 늘어나는 등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해외 생산이 확대돼 엔저가 현지의 생산비용과 수출 가격에 영향을 크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도요타가 62%, 닛산이 81%에 달한다. 원자재,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어려움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 2년간 아베노믹스의 경험은 우리 경제의 정책 수립에 여러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금융 완화 정책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기 어렵다. 일본중앙은행은 2%로 물가상승률을 높이기 위해 신규 국채를 계속 매입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10월 말에는 양적 완화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일본 공적연금기구도 주식 및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 경기 부양 정책이 성장친화적인 개혁 조치들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세제 개혁, 노동시장과 의료 및 농업 부문 개혁은 아직 미흡하다.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진행이 느리다. 일본의 큰 문제는 평균연령이 47세로 고령화되고(한국은 39세) 사회보장 지출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본은 단기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리면서 중기적으로는 정부부채를 점차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유연한 재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국민총생산(GDP)의 2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 한국의 38%보다 크게 높다. 중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은 옳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는 민간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정책 시행이 너무 조급해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셋째,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유연성 간 조화가 필요하다. 이미 발표한 정책들을 꾸준히 수행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 최적의 정책도 바뀌게 되고, 동시에 시행되는 정책 간에 상충 효과도 발생한다.
민간의 반응이 예상과 달라 정책들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정책의 신뢰성 못지않게 상황에 맞춰 이미 발표한 정책을 바꿔나가는 유연성도 중요하다. 정책 변경에 대해 여론과 정치권의 지지를 얻고 필요하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일본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지금의 일본 모습이 10년 후 한국의 모습이 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도 정책 간 공조를 높이고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며 구조 개혁에 힘써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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