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_“[중앙시평] ‘근혜노믹스’ 새로 시작하자”, 중앙일보, 2015.01.09
2015.04.27 1716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다시 한번 창조경제라는 큰 틀과 개혁조치들을 중심으로 재정비되었으면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을 문화·예술 산업이나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융·복합 산업을 정부가 육성하는 것으로 보면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나온 신성장이론에 의하면 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나 선진국 기술의 모방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지식의 발전을 통해 가능하다. 컴퓨터·인터넷·로봇·신에너지·3D 프린팅 등의 연구개발 투자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지적재산권 보호, 금융 발전 등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의 균등한 기회와 참여를 보장하는 포용적인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국민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분배와 지속 가능한 복지 제도를 갖춘 성장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창의력 있는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창업가들이 대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 만난 신성장이론의 대가인 뉴욕대 폴 로머 교수는 한국의 재벌 중심 산업구조가 새로운 창업가들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지, 학업 성적 위주인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에는 미흡하지 않는지 물었다. 쉽게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수학·과학의 영재들이 의대에 가서 성형외과 의사가 되길 꿈꾸는 나라에서 빌 게이츠같이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나오기 어렵다. 의사가 아니라 의료산업과 컴퓨터를 결합해 연구하는 공학자, 창업하는 기업가들이 나와야 한다. 로머 교수는 한국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창의력 시험을 만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는데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와 무역규모 8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선도적인 기술, 창의적인 아이디어 분야에서 우리는 크게 미흡하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국제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경쟁력에서 26위, 일본은 6위였다. 과학자·공학자의 가용 정도에서는 42위(일본 3위)로 크게 뒤처졌다. 제대로 된 인재 양성과 더 나은 제도를 구축해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큰 축이었으면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소포클레스는 ‘낮이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밤까지 기다려 보아야 한다’고 했다. 아베 정부처럼 박근혜 정부도 아직 한창 낮이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챙겨서 업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3년 후에 뿌듯하게 저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
◆약력=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통령 국제경제 보좌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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