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포럼]對共 정보·수사 분리론은 탁상공론, 문화일보, 2018.02.02.
2018.07.05 1848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수사권 이전 문제가 국회로 넘어갔다. 청와대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전하는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여당이 추천한 전문가들은 수사로 인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저해하는 만큼 수사와 정보 기능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국정원이 수사한 사건 중 무죄가 된 재심 사건이 72건이고 국가가 2000억 원을 배상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추천 전문가들은 대공수사와 정보 기능의 분리 주장은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전술이 소멸되지 않는 한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국정원 개혁의 발단이 된 불법 의혹 사건 중 대부분이 대공수사와 무관한 데도 이를 근거로 수사 기능을 폐지·이관하자는 주장은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여당 측 주장은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폐단과 권한 남용을 근원적으로 일소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정무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당이 추천한 전문가들은 대공수사의 실무경험이 없는 데 비해, 야당 추천 인사들은 대공수사 과정에서 조서를 작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와 수사의 일체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국정원이 정보수집과 수사 기능을 동시에 보유한 배경은 향후 공청회 논의에서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 우선, 국정원이 수사와 정보 수집의 분리형이 아닌 일체형 모델을 선택한 것은 특수한 남북 분단 상황 때문이다. 북핵 위기로 한반도 안보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공 정보 수집 및 수사의 통합 기능은 불가피하다. 첩보를 수집해도 수사하지 못하면 대공 용의점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음지에서 진행되는 북한의 대남 공작은 정보 수집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돼도 윤곽도 파악하기 어렵다. 사실, 국정원이 간첩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기관 존립 자체가 무의미하다. 해외정보는 외교부 등 관련 부서에서 공개 정보 등 다양한 출처로 수집된다. 결국, 대북 정보 수집만이 국정원 업무로 귀속될 것이다. 대북 인적정보(humint) 네트워크가 취약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업무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동족이라는 이유로 체제전복의 이적성 인식이 약해지면 대공수사의 필요성 약화는 필연이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 사건은 북한 정권의 잔인함과 치밀함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독극물(VA)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수 활동을 하는 북한 국가보위부나 통전부 등을 상대하는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다면 현장 요원들의 정보활동은 반신불수 상태일 것이다. 또한, 정보기관은 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가 필수다. 대공이나 국제 현안에서 민생경찰이 나서기엔 적절치 않다.
끝으로, 정보기관의 정보와 수사 일체형 모델은 선진국의 추세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초국경적 범죄 사건이 대형화함에 따라 정보 수집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통합형 정보기관을 운용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불신은 후진국의 현상이다. 선진국은 선진 정보기관을, 후진국은 후진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불신은 신뢰 구축 장치로 해결해야지, 수사권 박탈의 무장해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향후 국회 공론의 장에서는 탁상의 논리보다는 현장의 경험이 더 강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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