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성(ASA센터장)_ 잠재성장률 높일 경제정책 절실하다
2018.11.28 1238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쟁에 이어, 통계청장의 인사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 이 정책을 수립하면서 의도했던 것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과 저소득 가계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려 소비를 진작시키면 이로 인해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확대할 것이고, 이는 다시 소득 증가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최저임금에 정책을 올인하면서 시작부터 모든 것이 틀어졌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영세 자영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체의 일자리는 급감했고,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목표 역시 달성하지 못했다. 거시적 성장정책이어야 할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노동·일자리 정책으로 그 의미가 축소돼 버렸다.
경제는 풍선효과가 큰 분야다. 공기를 불어 넣은 풍선의 한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다른 부분이 불룩 튀어나온다. 특히,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11위권이어서 과거와 달리 이러한 풍선효과는 더욱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은 경제행위를 수행하는 소비자·생산자·근로자의 경제행위 유인 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러한 경제주체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경제행위로 해당 정책에 대응한다.
따라서 경제정책을 디자인할 때 해당 정책이 개별 경제주체의 경제행위 유인 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이런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한계사용자의 경우 최저임금의 인상분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됐어야 했다. 또한, 특정 정책이 수립될 때 여타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여타 정책에 의해 기대효과가 반감되는 건 아닌지, 그 정책의 취지에 궁극적으로 부합하는지 등이 세밀하게 사전 검토돼야 한다. 이러한 검토 없이 정책이 수립된다면, 풍선효과에 의해 그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그러면 우리의 거시경제는 어떻게 디자인돼야 할까? 경제성장 정책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 인위적으로 임금과 소득을 올리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개선될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술을 이용해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인위적인 임금 상승에 의해 개선될 수 있을까?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 관련 국제기구는 ‘포용적 성장’과 관련된 논의를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다. 이와 같은 논의는 최빈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 개발목표(SDG)’에도 반영됐다. 2000년에 설정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에 이어 2030년까지 최빈개도국의 절대빈곤과 더욱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7개의 SDG 중 8번째 목표에 ‘포용적 성장’이라는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산업화·세계화를 통한 경제성장의 혜택이 더욱더 골고루 경제주체에 분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세부 실천 과제가 제시됐다.
이와 같은 ‘포용적 성장’은 최빈개도국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더라도 더 많은 경제주체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SOC 건설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즉,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세울 때 그 방향을 보다 포용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즉 잠재성장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경제성장 전략을 세우되 세부적인 정책의 방향을 보다 포용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임금 상승으로는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없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거시경제 성장 전략은 해마다 감소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개선하는 것이다. SOC 투자, 국내 투자 여건 개선,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직업 교육 및 훈련, 여성 근로자를 위한 보육 지원, 더 원활하고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 공공 거버넌스 개선 등이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 같은 정책의 세부 추진 방향을 더욱더 포용적으로 세우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830010330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