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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소장)_[중앙시평] 로봇 세상의 일자리 만들기, 중앙일보, 2018.6.7

2018.11.30 1318

로봇들의 ‘일자리’는 많은데 인간들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이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국가다.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631개로 ‘로봇집약도’에서 세계 1위다(국제로봇연맹, 2016년). 자본-노동 비율과 임금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확산되어 로봇 사용 비율이 높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은 이제 모든 산업과 사회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용 없는 성장’의 한 원인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자동화가 지목됐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기존의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거대한 신기술은 직접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자동차로 마부가 일자리를 잃고 말 산업은 쇠퇴했지만 자동차 산업은 주력 제조업이 되고 고속도로 건설과 관광업으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과거 기술과 다른 파급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직업 중 47%, 전 세계로는 15%가 앞으로 15년 이내에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에서 로봇 사용이 고용을 실제로 줄였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로봇 사용이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과 임금을 늘렸다. 선진국의 경우 자동화로 없어진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혁신 기술을 통한 혁신 성장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경제성장은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창출하고 고용을 증가시킨다. 혁신 성장이 활발한 선진국에서 ‘고용 없는 성장’은 옛말이다. 미국은 5월 실업률이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로 떨어졌다.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 대졸자 취업률이 98%다.

이종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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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고용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올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다. 교육서비스업(-10만6000명), 도소매·숙박음식업(-8만8000명), 제조업(-6만8000명), 부동산업(-3만 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공공행정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고용이 증가해 겨우 절대 숫자가 늘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고용이 감소한 원인을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난해 상반기에 취업자 증가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이 15세 이상 인구 전체, 15~24세, 60~64세 계층에서 모두 하락했고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추가로 감소했으니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새로운 업종이 만들어지지 않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경제에서는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정부 예산으로 필요한 공공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쇠퇴 산업을 지원하고 경영이 어려운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단기적인 고용대책이다. 일자리가 지속해서 늘려면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신기술·신산업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더불어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임금도 오른다.

혁신 성장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가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로봇이 더 잘할 수 있는 인간의 업무는 빠르게 대체된다. 반복(routine) 업무는 육체 노동이든 지식 노동이든 상관없이 이미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로봇이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소득 불평등을 크게 할 수 있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혁신 교육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로봇과 함께 일하는 능력, 로봇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은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과 같은 비반복적 인지 능력(non routine cognitive skill)과 협동 작업 능력, 대화 능력과 같은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을 익혀야 한다.

직장인들도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습득할 수 있는 평생학습체제가 필요하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전에 신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창업하도록 정부·기업·학교가 함께 도와야 한다.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고용 대책은 청년층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경제 활력을 가져오는 혁신 성장과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혁신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을 새로 세워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https://news.joins.com/article/22691814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로봇 세상의 일자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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