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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북한연구센터장)_ [포럼] 비핵화와 보조 맞추어야 할 남북사무소, 2018.8.27

2018.12.18 1507

 

한반도의 허니문 기간이 점차 끝나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면서 6·12 합의문을 둘러싼 비핵화 일정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위터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스티븐 비건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방북 계획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따른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배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발표로 지난 5월처럼 즉각 북한의 유화적 변화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라는 중국 변수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고, 무엇보다 최초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북한이 느긋하다는 점이 5월과는 천양지차다. 트럼프의 발표대로 빅딜에 의한 2차 미·북 정상회담 카드가 여전히 살아 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워싱턴의 국내정치에서 ‘북한 카드’의 유용성이 있다. 그러나 비핵화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종전(終戰)선언만을 주장하는 평양의 태도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남북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8월 개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언제 돌파구가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북이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8월이 이제 이번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물리적 여건상 이번 달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발언은 정부의 고심을 반영한다.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앞둔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라는 북한의 강력한 압력과 미국의 제재 이행 요청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고, 북한은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가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확답을 주지 않는 것은 우회적인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연락사무소 석유·전기 공급이 제재 위반인지, 아닌지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검토해 보겠다’는 것은 제재 위반 소지가 있음을 표현한 외교적인 수사(修辭)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말씀을 했다”고 덧붙였다. 연락사무소 역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추는 데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한·미 간의 남북 연락사무소를 둘러싼 파열음의 본질은 북한의 비핵화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무소 개설을 ‘주권(主權) 문제’로 간주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현재로선 논리적이지 않다. 4·27 선언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내포하는 만큼 비핵화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이유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겠다는 일보를 내디디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물론 종전선언 등도 일사천리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기장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비핵화 경기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 문화일보
[원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8270103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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