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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동아일보 2010. 8. 3] [동아광장/이내영]대북 압박정책의 딜레마

2010.08.30 3770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강경한 대북 압박정책이 구체화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5∼28일 동해안에서는 병력과 장비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주 전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밝힌 북한에 대한 고강도 금융제재의 후속조치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이 방한하여 한국 정부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의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6자회담 재개 등 외교적 수단만으로는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한미 양국이 공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필자가 참여한 워싱턴 국제회의에서 미국 측 참석자들은 6자회담을 재개하더라도 북한 지도부가 핵 포기 의지를 갖지 않으면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이들은 북한 지도부로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는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 지도부에 가장 치명적인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워싱턴 회의에서 만난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금융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과 갈등 줄여 협조 얻어내야


 


한미 양국이 추진하는 대북 압박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딜레마에 직면하리라 예상된다. 우선 북한의 강경한 대응이 예상되며 당분간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남북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본격적인 금융제재를 추진한다는 발표에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지난달 27일 발표하였다.


 


2005년 미국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단행한 이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전례를 보더라도 이번에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예상된다.


 


둘째로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외교적 각축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3주 전 베이징에서 열렸던 국제회의에서 필자가 만났던 중국의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없이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가하는 방침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들은 천안함 사태로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등 동아시아에서 냉전구도가 부활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고,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라진 국민 여론과 주요 정당 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상반된 입장도 향후 대북 압박정책의 추진을 어렵게 하는 국내적 요인이다. 지난 몇 개월간 한국 사회는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와 대북정책의 방향에 관해 지지정당별, 세대별로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건이 여당에 대한 역풍으로 작용했던 뼈아픈 경험을 한 정부로서는 양극화된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북 압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더욱이 북한이 3차 핵실험 등을 강행하여 긴장이 고조될 경우,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에 야당과 국민들의 비판여론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유연한 전략으로 핵포기 유도를


 


한미 양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추진하지만 앞에서 논의했듯이 북한의 강경 대응이 예상되고 국내외적 딜레마로 인해 기대한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6자회담 같은 외교적 수단만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 보유를 통해 체제 생존을 모색하는 선군(先軍)정책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물론 한미 양국이 금융제재와 같은 압박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타협에 나서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필요는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를 금융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제재의 목표가 북한의 체제 붕괴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지속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원문링크 : http://news.donga.com/3/all/20100802/30275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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