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10. 8.2]“친서민 포퓰리즘 막으려면 정책 진정성 - 구체성 나와야”
2010.08.30 3156
산업 육성책 근간흔들 불안
대기업 의지 꺾어서는 안돼
동반성장 제도개선 뒤따라야
서민 삶의 현장 수시 점검
현실적인 대안 제시를
7ㆍ28 재보궐선거 이후 당ㆍ정ㆍ청 고위 인사들의 친서민ㆍ친중소기업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소금융, 햇살론, 중소기업 현장 실태조사 등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정부와 대기업과의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친서민ㆍ친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지, 또 세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vs ‘포퓰리즘’=최근 정부의 친서민ㆍ친중소기업 정책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기도 한 이한구 의원은 2일 각각 MBC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상당히 다른 시각을 내보였다.
홍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대기업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반영해 달라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성장의 과실을 적절히 나눠주고 동반 성장의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만약 대기업이 이를 거부한다면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시장경제에서 정해져야 할 이자율까지 (정부가) 배려하는 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그 부분을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은 대선 공약, 총선 공약에 나와 있다. 정부가 집행을 안 했을 뿐”이라며 “서민금융 문제는 지나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박정희 정권 이래 30년 이상 보수 정권에서 추진해왔던 대기업ㆍ중화학공업 중심의 육성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열심히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여권이 승리하면서 역설적으로 친박계 쪽에서 향후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친서민 정책을 통해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은 청와대와 친이계로서도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진정성ㆍ구체성이 뒷받침돼야=전문가들은 친서민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진정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ㆍ중소기업 상생 정책과 정책의 지속성이라고 말한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서민이 다수인데 친서민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견해에는 기본적으로 동감하지 않는다”면서 “친서민 정부라는 기조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다만 아직까지 어느 정도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지난해 제기된 정도로만 진행된다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도 “친서민 정책 자체의 경우 지금까지 구체화된 것이 별로 없다”며 “아직까지는 상징적이고 제스처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바마나 외국의 대통령들처럼 대통령이 시간이 날 때마다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또 자주 살펴보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 역시 바꿔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들의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되며,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 역시 최근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 당황하기보다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문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한국의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현 정부의 서민정책이 우선순위에 있고 그에 맞는 예산이 배분된다면 이는 야당 입장에서도 맞는 부분이 있고 여야가 합의해 나아갈 수 있는 정책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도 키우고 각 산업 분야가 경쟁력을 키워 나갈 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 정책의 균형을 잡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태ㆍ이상화 기자/p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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