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olicy vol.3, 2010. 12] G20 부상을 통해서 본 중국의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2011.01.03 9374
G20 부상을 통해서 본 중국의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이정남
학술대회 토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하여 등장한 G20 제4차 회의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2008년 11월 워싱턴 제1차 회의, 2009년 4월 런던 제2차 회의, 2009년 9월 피츠버그 3차 회의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제4차 회의는 ‘서울 선언문’을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이 참여하여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을 설계하는 최고 협의기구(premier forum)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메김하게 되었다.
중국은 2008년 1차 회의에서는 조속한 경제위기의 극복을 강조하였지만, 2009년 4월 런던회의에서는 신흥국과 선진국의 대등한 협력과 발언권의 확대를 강조하였으며, 3차 피츠버그회의에서는 성과의 공고화 및 위기 이후의 세계질서 구상을 강조하는 것으로 입장의 변화를 보여 왔다. 또한 중국은 G20이 향후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G8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의기구(premier forum)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G20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G2)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질서 재편을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G20의 부상과 제도화를 통하여 세계질서가 어떠한 변화를 하고 있으며,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가? 이는 중국의 국가 핵심 씽크탱크기관이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해 조직한 학술회의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0월 29일 중국의 정보부 산하의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중국 공산당 중앙, 해방군의 관련기관 및 베이징, 상하이 등 저명학자들 20명을 초청하여 G20과 국제질서의 변화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G20의 등장은 현재의 국제질서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G20은 첫째, 국제체제에서 권력과 이익에 대한 재분배의 요구이며, 둘째, 국제 업무의 주도권을 둘러싼 규칙과 제도, 메커니즘의 조정과 재구성을 의미하며, 셋째, 국제질서의 새로운 이념의 형성을 의미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회의의 논의를 중심으로 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질서의 전환에 대한 중국학계의 시각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단극적인 패권질서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일시적인 것으로 미국은 이를 조만간 회복하여 그 패권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미국의 패권에 쇠퇴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쇠퇴는 아니고 미국의 패권적인 지위는 변함이 없다. 비록 금융위기가 미국의 금융 및 경제실력을 약화시켰지만, 기타 강대국에 비하면 미국은 여전히 버티어 낼 능력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세계 제1의 초강대국 지위 즉 1초 다강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오바마가 G20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이 세계 영도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세계 영도권의 지렛대를 G8에서 G20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 한다.
둘째, 학계의 다수의 시각으로 국제질서가 1초 다강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다극화 구조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이라크전쟁과 국제금융위기, 그리고 기타 신흥국가의 부상, 글로벌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권력의 중심이 다원화되어 미국이 독자적으로 모든 문제를 관할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몸을 낮추고 다자주의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G20을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세력전이의 집중적 표현이고, 국제체제가 다극화를 향한 발전의 새로운 진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다극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1초 다강 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의 초강대국의 지위가 약간 내려가고, 다강 중의 중국의 지위가 제고되었지만, 일초 다강의 국제구조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본다.
셋째, 국제질서의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조하면서, 현재의 국제질서가 1초 다강에서 다강 1초로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시각은 미국 1초가 약세추세를 보이고, 다강이 일초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제질서는 다강 1초구조라는 것이다. 그리고 2008년 9월 15일 금융위기는 국제질서 전환의 전환점 및 분수령이라고 주장한다. 냉전 종식후 단극과 다극 두 개의 역량간의 투쟁이 있어왔지만, 9.15이후 이 투쟁은 일단락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단극 패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세계는 국제구조의 다극화추세가 더욱 더 명확화 되는 시기로 진입하여, 1초 다강에서 다강 1초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중국의 학자들은 비록 1초 다강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지만, 국제질서가 다극화를 향한 구조적 전환을 시작하였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지위가 상승하였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리하여 미국의 쇠락과 신흥 강대국들의 등장으로, 비록 1초 다강이라는 기존의 국제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지만, 미국의 1초의 지위가 쇠락한 반면 신흥강대국,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질서가 다극화를 향한 구조적 전환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비록 미국이 여전히 1초의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다강들의 협력이 없으면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동등한 파트너를 이루는 G2의 가능성은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지만, 중국은 현재 미국이 전 세계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파트너이며,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전 세계적인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하여 중국이 주관적으로 싫던 좋던 간에 중장기적으로 볼 때, G2가 현실적으로 등장하여 중미 양국이 협력하여 세계의 각종 문제를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상술한 중국학계의 인식을 종합해 볼 때, 중국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국제사회의 규칙과 규범의 제정권의 장악, 중국적 가치의 보편적인 가치체계로서의 지위 획득 등의 방식을 통한 소프트한 세력전이를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향후 중미관계가 경제적이고 군사적인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규칙과 규범의 제정권, 중국적 가치체계의 보편화 등의 소프트파워 영역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추구할 것임을 말해준다. G20은 바로 향후 중국과 미국이 이러한 세계질서 재편을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핵심적인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