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2. 4. 13] [포럼/이내영] ‘야당=대안세력’ 인정 않은 4·11 民心
2012.04.13 3864
‘야당=대안세력’ 인정 않은 4·11 民心
이내영/고려대 정경대 교수·정치학,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이번 4·11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 민주통합당의 기대에 못 미치는 고전, 통합진보당의 약진, 자유선진당과 무소속의 세력 축소로 요약된다. 특히 새누리당이 여론조사는 물론 출구조사의 예측보다도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결과는 이변이었다. 이변이 나타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여론조사 자료 등을 활용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도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12월 대선을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대 총선은 대개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었고, 그 결과 여당이 고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실시됐기 때문에 야당이 내세운 이명박(MB) 정권 심판론이 수도권과 젊은 세대에서는 위력을 발휘했지만, 다른 지역과 나이 든 세대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둘째, 정권 심판론에 대항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에서 과거의 입장을 번복하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야당 비토론’을 내세웠는데 이 논리가 상당수 유권자에게 받아들여졌다고 보인다. 총선 전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야당 비토론’에 57%의 유권자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미덥지 않게 보는 상당수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지지로 결집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여론조사 결과들을 뛰어넘은 결과가 나타난 다른 이유로는 최근 선거에서 무당파와 부동표(浮動票)의 비중이 커지면서 표심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선거 막판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의 비중이 증가한 상황에서 선거 막판에 터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은 부동표의 상당수가 새누리당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제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은 이번 총선 결과가 향후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총선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이끈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위상이 커졌고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단단해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새누리당의 참패, 젊은 세대의 반(反)새누리당 정서, 그리고 무당파와 부동층의 높은 비중 등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세론이 12월 대선까지 지속되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사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제18대 총선과 비교하면 이번 총선 결과를 새누리당, 혹은 보수의 일방적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결과에 고무돼 새누리당이 자만하고 대세론에 안주하게 되면 민심(民心)의 향방이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실망스러운 총선 성적표로 인해 내홍이 예상되고, 대선 경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총선에서 뚜렷한 야권 대선주자가 부상하지 못했고 야권 연대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생겼기 때문에 향후 야권의 대선주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세력이 부상하면서 문재인 상임고문의 당내 입지가 단단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부산지역 교두보 구축 노력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기 때문에 문재인 대망론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총선에서 고전한 이유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권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민주통합당을 국정 운영을 맡길 만한 대안정당으로 신뢰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 이러한 민심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원문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413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