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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한국일보 2012. 6. 8] “中道세력이 적극 나서라,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2012.06.13 2919

中道세력이 적극 나서라,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좌우 양극단 목소리 클수록 사회는 대립·갈등이 심화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되레 분열·혼란 부채질

지금 중도층 국민이 늘어 진보·보수의 비율을 앞서

중도세력 역할 강화하려면 양비론·절충주의가 아니라

노선·정책대안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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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

 

우리 사회에서 이념, 계층, 세대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좌우 혹은 진보와 보수 양극단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하게 들리는 반면 좌우 대립을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주도할 수 있는 중도세력의 목소리는 작고 미미하기 때문이다. 좌우 극단의 이념성향을 갖고 있는 정치집단이나 사회세력들은 자신의 주장을 절대선으로 여기지만 상반된 시각이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좌우 양극단의 목소리가 큰 사회일수록 합리적 토론은 실종되고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최근 한국 정치권의 현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몇 년 동안 여야 간의 이념적 거리가 커지고 진영논리가 지배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되고 대결 정치가 일상화되어 왔다. 그 결과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져 왔다. 또 담론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언론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진보와 보수 양극단의 시각을 대변하는 매체들이 정파적 보도 태도와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언론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중도적 성향의 미디어의 비중이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왔다.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이 좌우 세력으로 갈라져서 대립하고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바꾸려면 상식과 합리적 태도를 가진 중도세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좌우의 대립을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주요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좌우 이념과 담론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이 해소되기 어렵고,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좌우의 입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합리적 토론을 중시하는 중도세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좌우 세력 사이의 대립을 완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중도적 견해가 존중되고, 중도세력들의 영향력이 커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민들의 이념성향 분포나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를 보더라도 중도성향을 가진 국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이념지형의 변화를 추적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 국민의 이념성향에서 중도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고, 중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40%를 상회하면서 진보와 보수의 비율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의견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다수세력의 의견을 따라 사회질서와 규범이 형성되고 국정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다. 중도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다수 국민들의 선호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주요 정책들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가 건강하고 단단해 질 수 있다.

중도세력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중도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좌우 혹은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중도 노선은 선명한 이념과 논리를 결여한 모호한 절충주의로 치부돼 왔다. 그 결과 중도세력은 위축되고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중도세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중도 노선이 진보와 보수에 대한 양비론이나 절충주의에 머물지 않고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노선과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한 현안과제들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성장 잠재력 회복과 경제양극화 해소인데,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상식과 합리적 태도를 가진 중도세력들이 중도의 이념과 가치,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이념,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기여할 수 있다.

 

원문주소 :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206/h20120607203253210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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