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인문교양총서>를 기획하며
2015.07.20 Views 2015.07.20
<아연인문교양총서>를 기획하며
탈냉전 이후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하면서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북아의 경제적 성장은 지구적 차원의 정치․경제적 질서뿐 아니라 문화, 사상,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의 역동적 변화는 학문적 연구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은 역사적·문화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략과 저항, 식민지배, 냉전으로 대표되는 상호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 역사적 경험과 현실적 이해에 따라 동북아는 협력과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대립과 갈등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동북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역사·사상․문화·정치․경제적으로 그 복합적인 역동성과 상호대립·갈등·협력 양상을 분석·성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동북아에서는 인적․사상적․물적 교류와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이주, 환경, 무역, 국제협력 등의 영역에서 개별 국가 차원을 뛰어넘는 초국가적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동, 결혼, 유학으로 인한 지역 내 인구이동으로 내국인과 이주 외국인 간의 상호충돌 혹은 공생관계라는 측면에서 다문화, 시민권과 국적, 정체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분석에 치중해 온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새로운 초국가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지역공동체를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유럽에서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동북아에서는 그러한 시도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그동안 국내의 해외지역연구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간의 학문적 경계가 높아 학제적 공동연구가 취약했다. 역동적인 동북아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심층적인 이해·분석을 위해서는 중국학, 일본학, 한국학 등 국가단위의 분절적 지역연구를 넘어 동북아를 분석단위로 하는 지역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인문학과 사회과학으로 나뉜 기존의 동북아 지역연구 관행을 뛰어 넘는 학제간 종합적 지역연구도 요구된다.
아연은 1957년 설립 이래 학제간 연구실적의 축적과 동북아지역연구의 선도적 역할, 안정적인 재정과 연구인력의 확보, 지속적인 연구 인프라의 구축, 동북아지역 전문 연구재단 등재지의 발간, 사회와의 소통 등 다방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부설 연구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사업 해외지역학 분야의 지원 기관으로 선정되어, ‘동북아시아의 초국가적 공간: 사상, 사회문화, 제도의 교류와 재구성’이라는 연구 의제를 중심으로 대규모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연은 ‘인문한국’ 사업의 성과, 각종 동북아 지역 연구지원, 국내외 소장학자 교류지원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연구 성과를 <아연동북아총서>를 통해 발간함으로써 학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아연은 ‘인문한국’ 사업을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 <아연 인문교양총서>를 기획했다. 본 총서는 동북아 근현대시기에 한국에서 활동했던 외국인 가운데, 동북아 근현대의 경제ㆍ학술문화ㆍ사회운동 등 각 방면에서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을 선정하여, 그 사상과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동북아에서 제국과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 등의 구도로만 파악했던 기존의 연구 관행을 뛰어넘어 상호이해와 긍정적 영향을 주었던 것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북아의 초국가적 공간 속에서 국가간 민족간 대립갈등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동북아의 교류에 기여하려 했던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 총서가 동북아에 화해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격려와 질정을 바란다.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 이종화